소크라테스(Socrates)의 제자였던 아리스팁포스(Aristippo)는 '가장 적당한 육체적 쾌락을 경험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며,

행복이란 향유한 쾌락의 총화라고 본 학자였다. 그러나 그를 제외하고 쾌락을 삶의 목표로 설정한 학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쾌락주의를 대표하는 에피쿠로스(Epicuros)에게서도 쾌락은 고통의 부재(aponia)와 영혼의 평정(ataraxia)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뿐 욕망의 충족으로서의 쾌락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에릭 프롬(Eric Fromm)은 인간으로 하여금

'존재를 위한 자유'가 아니라 '소유를 위한 자유'에 매몰되게 만든 자본주의가 성립되면서 쾌락과 그것을 위한 끝없는 소유를

위한 열정이 어느 덧 삶의 목표가 된 사회가 되었다고 본다. 실제로 인간과 사회와 국가를 상품화의 수단으로 만든 자본주의...

특히 대공황을 계기로 케인즈주의는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소비규범의 사회화'를 일상화시켰다. 이제는 끝없이 버릴 것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리하여 자연을 끝없이 착취하는 인간의 삶이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하와이의 마우이 상공에서 화산 끝자락에까지 주거지가 확대되어 있는 지상의 세계를 바라보면서 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가 극에 도달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계효용이 극대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한계효용이 0이 되는 순간--이 경우에

전체효용은 극대화된다--까지 생산에 몰두해온 세계... 전세계가 가치의 사슬로, 거대 도시들의 연결구조로, 금융 시스템의

연결망으로, 그리고 자본과 노동의 무한 이동의 자유로 연결된 우리 시대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화가 덫이었음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더구나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넘어 소비가 필수인 '소비사회'의 문제는 내파(implosion)의 순간까지 지속될 것

이라고 보았던 장 보들리아르(Jean Baudrillard)가 사망한 지 13년이 된 올해... 생태계의 착취, 글로벌화, 도시화, 금융화가

극에 달한 오늘의 문제를 터뜨려버린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거와는 완벽하게 다른, '일상의 재조직화'를 요구하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문득 『거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쓴 헝가리의 경제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가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인간애와 사회성의 복원을 강조했던 점을 되새기면서, 나는 우리사회에서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은 없이

여전히 '소비규범의 사회화'에만 관심을 두는 것에 조바심이 나서 한숨을 내쉬게 된다. 『사피엔스』로 세계적 유명세를 탄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마치 인간이 창조의 주인공이라도 된듯이 『신적 인간』(Homo Deus)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인간의 지적 오만 시대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예측도 할 수 없고 인과적으로도 명확히 규명이 되지 않는 위협으로

다가와 우리가 사실은 극도로 미약하고 무지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앞으로 어떠한 대격변 사태가 우리에게 다가올지... 

앞으로 2-3년 뒤의 세계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가로놓이게 될 것이 몹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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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a Light Airplane @ Maui, Hawa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