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술을 마셔도 취하는 건 바다라는 성산포.
작살을 들고 계시던 저 노인은 흐르는 시간을 다른 손에 쥐고
미동도 없이 바로 서서 바다 속살을 헤집고 계신다

밀려드는 파도에 내 흔들 취해버리는 성산포.
노인이 왼쪽에서 말없이 움켜지셨던 시간을 작살든 손에 옮겨들고
오른쪽으로 오시기를 나는 오래도록 앉아 기다린다

취한 바다에 흔들리는 나, 그리고 시간을 잊은 노인.
왼손에서 오른손, 오른손에서 다시 왼손으로 시간을 옮겨들며
누구 할 것없이 기다림을 배운다. 그리움의 바다에서...


                                                     광치기 해변 한 모퉁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