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다섯 차례 정도 다녀온

북부 베트남 산간 지대의 휴양지 사파(Sa Pa)...

프랑스 식민 지배자들에게는 한여름의 더위를 피할 명소였던 사파에는

흐몽족과 레드 자옹족 등의 소수민족들이 여전히 생활고를 겪으며

생계를 이어간다. 수실로 짠 팔찌나 자수로 새긴 헝겊가방 판매를 위해 매달리는 사람들...

20여명이 모여들 때도 있어서 그 악착같은 모습이 상업화의 단상을 드러내주기도 하지만

그 작은 화폐액이 그나마 그들에게는 생계에 크나 큰 보탬이 된다... 

연초록으로 아름다운 세계적인 명소, 사파....

관광객들이 지불하는 작은 비용이 오히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착취처럼 느껴지게도 만드는...

그 사파에 다시 찾아가고 싶은 시간이 지금도 흐른다. 

하노이에서 구입했던 1,000페이지 정도의 <Cultural Portait of Vietnam>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어서 그야말로 '베트남의 문화적 초상'을 세밀하게 전해주고 있다.
그 책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두꺼운 옷을 손쉽게 뚫어버리는 모기가 극성이어서
베트남의 다수를 이루는 비엣족은 모기를 피해서 해변으로 내려가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모기가 식생활과 관련된 문화를 바꾸게 만들었다"고 전해준다.

원래 우리처럼 '찰진 쌀'(Sticky Rice)로 밥을 지어먹던 사람들은
해변으로 이주하면서 찰기가 없는 안남미(安南米, Indica Rice)로 밥을 지어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의 거의 90%는 안남미이고,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일부에서 생산되는
자포니카 쌀(Japonica Rice)은 10%도 되지 못한다. (Japonica 는 일본과 관련된 어원이어서 약간씁쓸하다)

사진에 보이는 계단 밭에서는 쌀이 생산되지만 그것이 인디카인지 자포니카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모기 때문에 이루어진 정착지의 이동 과정에서 식생활 문화가 바뀐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지역의 계단밭에서 생산되는 쌀은 자포니카 종이 아닐지...

참고로 인디카와 자포니카 외에 자바니카(Javanica Rice)가 있어서 이들이 쌀의 3대 아종(亞種)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