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은 작곡을 하면서 연주 속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을 포함한 음악가 또는 연주자의 내적 시간과 분리해낼 수 없는 일종의 박동이 불러주는

마음의 속도를 드러냈던 것이다. 리타르단도(ritardando; 점점 느리게), 아첼레란도(accelerando:

광적으로, 아주 빠르게), 칼란도(calando: 여리고 차분하게) 등이  그가 자주 사용한 표현들이다.

그런데 클라라에 대한 불타는 사랑과 자신에 대한 근원적 열등의식 때문이었을까?

슈만은 고통 속에서 음악을 했고, 마침내 라인강에 몸을 던졌다가 구조된 뒤에는 28개월 동안

음악을 하지 않은 채 병원에 갇혀 지냈으며, 마지막에는 자의식적 식사거부로 생을 마감하였다.

미셸 슈나이더(Michel?Schneider)는 『슈만, 내면의 풍경』(La tombêe du jour)에서

"그가 불안에 떨어 발작처럼 미친 듯이 두드려대곤 하였던 것(아첼레란도)은 먹먹하게 상승하는

죽음의 충동에 저항하기 위함이었다."라고 슈만에 대해 강변해주기도 하였다...

슈만의 제자 브람스는 스승을 지켜주었고, 그의 사망 후에는 평생 자신이 마음 속으로 연모하던

클라라와 그 아이들을 돌보며 정신적 유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브람스는

오스트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별장지대 뵈르터 호수 주변에 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곳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旋律)들이 흘러다니기 때문에 발을 내디딜 때는 조심해야만 한다."

결국 브람스의 방식은 '아첼레란도'가 아니라 '칼란도'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리고 '칼란도'로 살아가는 삶을

더 원하고 있는 나는 브람스를 떠올리며 언젠가 한 번은 뵈르터 호수에 가보기로 작정하고 있기도 하다.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담았던  이 사진. 사실은 일출보다는 새벽에 나가 장대를 들고

바다 표면을 때리며 물고기를 몰아 잡아들이는 일상의 모습을 멀리서 담은 사진이다. '아첼레란도'로 바다를

장대로 내리치며 가족들을 위해 물고기를 잡지만, 언제나 '칼란도'로  갈무리되는 것, 우리들의 일상이다...

                                                                                                   @ Borakay, The Philipp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