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제2법칙은 열적으로 고립된 계의 총 엔트로피(물질계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자연적인 과정의 비가역성과 미래와 과거의 비대칭성을 설명해준다.

곧, 차가운 부분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때, 열이 차가운 부분에서 뜨거운 부분으로

흐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열원(reservoir)에서 열에너지가 모두 일로 전환될 때, 별다른 추가적 효과가

동반되지 않는 순환과정(cycle)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설명된다.

그런데 켈빈-플랑크의 명제는 열을 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열역학 제2법칙을 응용하여 기체를 등온 팽창→ 단열팽창→등온압축→단열압축의

순환사이클을 활용하면 동력이 발생한다는 물리학의 원리가 성립되고 이를 응용하여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엉뚱하게도 "부부는 점점 동일한 속성을 공유하게 되어서 오래 살수록 질서와 안정감은 유지되지만

불을 태울 정도의 에너지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하고 물리학의 법칙을 부부 사이의 인간관계로 생각하고는

혼자 내 터무니없는 발상에 스스로 놀라 웃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중국의 최고 갑부가 된 마윈이 졸업한 항저우사범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있는 동안 아내와 아들 태준이가 

항저우를 다녀간 뒤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리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주말이면 딸과 함께 서호(西湖)로 나가 책을

읽다가 숙소로 돌아오곤 하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면 사랑하는 딸아이가 상하이의 국제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항저우를 떠나기로 된 어느 날...나는 아내의 부재와 딸아이의 다가올 부재를 느끼며 평온한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카르노의 순환 사이클을 따르는 물리학의 법칙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체험하고 있었다.

갑자기 외로움이 나를 덮치고 나를 둘러사고 있는 사위가 고독의 그림자로 덮혔다.

하필 내가 그때 읽고 있던 고재종의 시집  『앞강도 여위는 이 그리움』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적혀 있었다.

흐르는 강물,큰물이라도 좀 졌으면

가슴 꽉 막힌 그 무엇을 시원하게

쓸어버리며 흐를 강물이 시방 가르치는 건

소소소 갈대잎 우는 소리 가득한 세월이거니

언뜻 스치는 바람한지락에도

심금 다잡을 수 없는 다잡을 수 없는 떨림이여!

오늘도 강변에 고추멍석이 널리고

작은 패랭이꽃이 흔들릴 때

그나마 실날 같은 흰줄기를 뚫으며 흐르는

강물도 저렇게 그리움으로 여위었다는 것인가

                                                                                               西湖的 一隅 @ 杭州, 中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