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에 북위(北魏)의 가사협(賈思勰)이 지은 『제민요술』(齊民要術)의 기록에 따르면

동아시아 젓갈 문화의 기원은 중국 서주(西周, 기원전 11세기~기원전 771년) 시대에 ​

화북(華北) 지방에서 어육장(魚肉醬)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메콩강 일대에서 ‘느억맘’이라는 어장(魚醬, nước mắm)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7세기 후반 신라시대의 기록이 남아있다. 일본 헤이안(平安, 794~1185) 시대인

​905년에 율령 세칙을 적은 『『연희식』(延喜式, えんぎしき)의 기록에도 상류층이 젓갈을 먹은

기록은 나온다. 그러나, 2009년에 태안군 근흥면 마도(馬島) 해저에서 발굴된 ​12세기의 선박들에서는

당시 고려의 수도인 개경(開京)의 무장(武將)들에게 탁송한 젓갈들이 발견되어 우리나라에서는

12세기부터 젓갈이 일반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베트남은 기원전 112년에 한무제(漢武帝)에 의해 멸망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허베이성((河北省)

스자좡시(石家庄市) 출신인 조타(趙佗)가 세운 남월(南越)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의 베트남과 영토도 달라서 지금 광둥성(廣東省)의 광저우(廣州)에 해당하는 '난하이군'(南海郡)을

중심으로 하고 ‘구이린군’(桂林郡)과 현재의 광시성(廣西省) 및 베트남 북부를 아우르는 '상군'(象郡)을

합병하여 지배하였다. 또한 남월은 현재의 상하이 이남 제장성(浙江省)에 해당되는 동월(東越)과 푸젠성

(福建省)에 해당되는 민월(閩越)을 장악하고 있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는 "동월 사람들은

나체로 다닌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더운 지방이라 지금도 웃통을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여기 푸젠성 샤푸(霞浦)에서 만들어지는 저 젓갈도 베트남 기원의 ‘느억맘’에서 시작되어 송(宋)·원(元)

시기에 우리나라로 건너온 젓갈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세 컷의 사진을 담는 짧은 시간에 떠올랐다.

중국의 『시경』(詩經)에 과(瓜, 오이)의 속인 뢰(㼍)를 절여 만든 김치인 ‘저’(菹)와 이규보(李奎報)가

1241년에 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나오는 김치인 ‘염지’(鹽漬)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6,000년 전에 볼리비아에서 재배되었던 고추가 1543년에 일본의 규슈(九州)를 거쳐 임진왜란 시기에

왜겨자(倭芥子)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17-18세기에 젓갈과 버무리는 현재의 김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 샤푸에서 사진을 담으며 그런 생각을 떠올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는  사진을 담을 때

이렇게 잡다한 생각을  자주 떠올리곤  해서 사진은 늘 엉망이 되고 만다.

                                                                                                                       霞浦 @ 福建省, 中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