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헬료의 <연금술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목동 산티아고가
"보뮬은 멀리 있지 않고 자기 주변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유명하다.
소설은 양을 치고 낡은 교회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찾는 꿈을 꾼
산티아고가 한 노인을 만나 ‘자아의 신화’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는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
‘표지’ 보는 법을 배워 이집트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노인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말한 것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용하여 사용했는데 한국에서 일부 비판자들은 그것을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속이나
이단의 종교를 믿는 것처럼 왜곡하여 공격의 자료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실에 대한 기록은
나의 정치적 판단과는 무관한 것임을 밝혀둔다.)
산티아고가 이집트로 갈 것을 결심하고 처음 도착한 곳이 지중해 건너편에 있는 모로코의 항구도시
탕헤르이다. 그러나 낯선 땅에서 사기를 당하여 돈을 모두 잃게 된 산티아고는 보물은 커녕 고향으로 되돌아 갈
경비조차 없어서 크리스털 가게에 취직해서 일하며 돈을 마련한다. 그러나 그는 다시 꿈을 이어가야 했다.
이집트로 가기 위해 사하라 사막을 건너기로 작정한 산티아고는 주인으로부터 세걔의 귀한 크리스탈을 얻고는
길을 떠나 과정에서 오아시스가 있는 곳에서 운명의 여인 파티마를 만난다.
물론 그는 그녀를 만난 것이 보물을 찾은 것보다도 기뻤지만, 그녀는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도록 부추겼고
그녀를 뒤로 한 채 산티아고는 연금술사를 만나 함께 보물을 찾아 다시 떠난다.
연금술사와 함께 깨달음을 얻으며 마침내 피라미드에 도착한 산티아고...
그러나 밤새 모래를 팠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때 지나가던 병사들이 위협을 가하자 산티아고는 그간의 여정을 털어 놓는다.
한 병사가 자리를 뜨며 본인도 양치기들이 양을 몰고 와서 종종 잠자던 낡은 교회에 보물이 숨겨져 있던 꿈을 꾸었는데
그런 꿈을 믿고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다고 말하자 산티아고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돌아가
일전에 머물었던 낡은 교회 터에서 보물(자신의 자아)를 찾게 된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결된다...
그런데 소설에서 산티아고는 피라미드가 있는 이짚트로 가기 위해 지중해 건너에 있는 모로코의 항구도시
탕헤르로 와서 일을 하다가 경비를 벌어서 레반트 방향으로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소설에서 레반트는 지중해 동쪽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이나 동쪽 지역의 지중해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각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소설을 보면서 레반트에 대한 설명을 보는 순간, 나는 1571년 터키를 상대로 하여 스페인+베네치아공국+나폴리공국의
연합함대가 승리를 거둠으로써 동양에서 서양으로 세계의 주도권을 바꾸어 놓은 레판토 해전을 떠올리면서 레반트와 레판토 사이의
음성학적 연관은 없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아직도 그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나의 여행 방향은 탕헤르에서 레반트 방향이 아니라 대서양쪽 아래에 있는 아실라(Asilah)라는 항구도시 방향으로 틀어졌다.
아실라에서는 해마다 세계벽화축제가 열려서 전세계의 화가들이 벽화를 그리러 몰려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벽화가 새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림이 바뀌니 마을의 외관도 바뀌는 셈이다...
사진을 담기 위해 그림자가 만들어주는 제한된 공간을 포인트로 잡고는 사람이 지나가기를 한참 기다렸다.
마침내 모로코의 한 여성이 운명의 여인 파티마처럼 공간으로 들어왔고 그 보물을 찾아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 기쁨은 작지 않았다.
그런데 그림자가 만들어주는 제한된 공간에 몰두해 있던 나는 그녀가 문 앞을 지나는 순간에 셔터를 눌러야 했음을 알게 되었다.
산티아고가 여행을 계속했던 것처럼 나도 다시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나에게 또다른 보물은 다가오지 않았다.
산티아고가 고향에서 돌아와 보물을 찾은 것처럼 나도 고향에서 보물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벽화마을들은 상당히 협소하고 제한적이어서 아실라와 같은 공간미학을 고려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것이
사실이어서 아쉽기만 하다. 언젠가는 새로운 보물을 만날 수 있겠지 하는 기대로 다시 카메라를 손에 얹는다...
--모로코의 벽화마을 아실라에서의 기억--
* 아쉬움을 달래기 위헤 사진에 뱐형을 가해서 가상의 결과를 만들어 본 것이 아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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