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불현듯 달려오는 일들, 그 돌발 사태의 의미에 관하여...

르네상스의 절대적 균형감이나 안정성과는 달리, '이지러진 진주'를 의미하는 '바로크'는 그 파격성으로 인해 주목받았다.
완벽하고 균형이 잡힌 원형의 진주보다 '이지러진 진주'가 주는 미학적 가치에 당대의 예술가들이 주목을 했었던  것이다.

사실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정상적인 것을 살짝 비틀어 일탈에 의해 만들어지는 돌발적인 결과물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바로 그러한 이유로 창조적 행위나 작업과정에 담긴 파격의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것 아니고 과소평가될 수 도 없는 것이다.

아실라에서 사진을 담고 있는데 갑자기 자전거를 탄 한 젊은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그를 '화면의 안쪽에 포치시키겠다'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내 몸을 크게 움직이자, 그 젊은이가 놀라서 내 시선의 화각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자전거를 틀었었다.
그러나 그는 내시선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고 렌즈 입사각에 포획된 그로 인해 사진은 자연스러움과 생동감을 얻었다.

'돌발 사태'라는 말에 담겨있는 부정적 뉴앙스...안정성과 인지적 균형을 깰 수도 있는 그 부담스런 '예측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돌연성이 만들어내는 우연적인 결과에 커다란 매력을 느낀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레이몽 부동(Raymond Boudhon) 교수가

<사회행위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The Unintended Consequencies of Social Action)로 세계의 시선을 끈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의도에 반하여 예단이 어려운 '사악한 결과'(Perverse Effect)였었지만, 나는 의도대로 결과가 주어질 수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애매모호함, 그 실존적 불안정성이 오히려 삶을 값지게 만드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이 돌발 사태로 말미암아 생명력이 부가되었다고 내 스스로 느낀 사진을 얻게 되었다. 바로크적인 '이지러진 진주'를...

굳이 우나무노의 <우연과 필연>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인간적인 이끌림이나 우정, 그리고 더 나아가 불가항력적으로 오는 사랑...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것들이 우리들에게 돌발적으로 다가오는 것, 아닌가?  (더구나 그것은 보아서 감각적으로 인지될 수도 있고,

보지 않아도 그 존재론적 가치가 포착이 되어 우리들의 인식 지평 속에서 강한 떨림을 만들어줄 경우도 있는 것을 나는 느낀다..).

아니 그러고 보면 우리의 모든 것들이... 아니, '우리들의  삷 자체가 돌발적인 사태들이 만들어내는 계기들일 뿐'인 것은 아닌가...?

                                                                                                 --모로코 아실라 성의 외곽에서 담은 사진을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