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스쳐가는 경관

岐王宅裏尋常見(기왕택리심상견) 기왕의 저택에서 자주 그대를 보았고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최 구의 집에서 노래 몇 번 들었지요
正時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바야흐로 이 강남의 풍경은 화사한데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꽃지는 시절 그대 또만나게 되었구려
--江南逢李龜年--

슬품의 떠돌이로 불리는 시성 두보(杜甫)가 이승과 작별하기 전인 770년 경에 당대의 명창 이구년(李龜年)을 만나 지은
이 최후의 시를 두보 칠절(七絶)의 압권이라고 하기도 한다. 당나라 현종의 아우 기왕(李範)의 집과 현종의 측근으로서
비서감을 지낸 최구(崔九)의 집에서 이구년을 만나던 화려한 시절과 대비시키며, 후에 나이 들어 서로 세상을 떠돌다가
쇠락한 모습으로 강남의 담주(潭州)에서 재회한 뒤.  자신들의 신세를 낙화에 빗대어 읊은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풍경'
(風景)이라는 단어가 바람과 경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경치일수도 있고, 어쩌면 바람처럼 스러지는 아주 극도의 제한된 순간에만 허용되는 아름다움이 풍경일 수도
있겠다고...                                                                                                                                               

                                                                  6장 파노라마 @ Mongolian Altai Camp Nearby Erdenzuu, Mongo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