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입학 사이의 기기에 빠져 들었던 팝송들...그 가운데 밥 딜런과존 바에즈가 불렀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참 좋았다. 그리고 중학교 입학선물로 받은것이 수필집『흙속에 저 바람속에』이었다.

나중에 내가 "현대문화이론의 조류와 쟁점: 포스트모더니즘이 미친 문화이론적 파장"을 『문화정책논총』에

발표할 때, 그 수필집은 쓰신 이어령 선생께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비교"를 담은 글을 발표하여 20여 년의

기억을 되살리며 만나뵈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이 흘러... 몽골의 고비사막에 갔을 때, 나는

삶의 근원과 관련된 사진을 '흙속에 저바람 속에'라는 제목으로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겸손'을 뜻하는 라틴어 'Humilitas'의 어원은 '흙'이다. 가장 흔하고,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흙...

영어로 'humility'는 '겸손'이지만, 같은 어원을 갖는 'humiliation'은 '굴욕'을 당한다는 의미가 된다.

스스로 낮추는 것과 낮추임을 당하는 것, 곧'능동성'과 '수동성'이 가져오는 결과는 이리도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영어의 '이해하다'(understadn)라는 동사는 '흙의 속성'을 가장 잘 집약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밑에'(under)와'서다'(stand)라는 단어의 합성어이고 아래에 서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올려

보아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understand'는 'humilitas'의 실천윤리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독일어의 '이해하다'(verstehen)라는 단어는 '확고하게 서다'라는 뜻이지만 이치를 확고하게 파악하다라는

우리말의 '이해'(理解)와 어느 정도 유사해서 중심을 갖고 상대방 논리의 명확히 깨달음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내게는 독일어의 'verstehen'과 우리말의 '理解'보다 영어의 'understand'가 'humilitas'(흙)에 담겨있는

'겸손'의 상징적 의미구조를 정확히 표현해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모두 다 흙으로 돌아갈 인생, 모든 바람결에는 흙으로 돌아간 모든 생명체들의 이야기들이 묻어있다...

고비 사막의 한 모퉁이(一隅)에서 바람과 흙이 전해주는 말을 듣는다... 더 낮추고, 더 겸손하라...!

                                                                                                       @ Gobi Desert, Mongo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