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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무릎(膝)에 대한 단상
기기제조원
Canon
카메라모델
Canon EOS 5D Mark IV
플래시
Flash did not fire, Auto
초점거리
200.0 mm
조리개변경
71/10
노출방식
Manual control
노출모드
Manual exposure
노출시간
1/800 sec
노출보정
0
W/B
Auto white balance
ISO
100
촬영일자
2020:04:30 16:18:57

대왕암 공원에서 핸드폰을 바라보던 어느 젊은 여성...

내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슬며시 무릎과 다리를 드러내주는 친절함을 보여주다가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지 어느 새 다시 옷매무새를 고치며 

치마로 무릎을 가리고는 먼 바다를 바라보는 자세를 취해주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저 여성의 얼굴은 잘 알 수 없었으나

​무언의 교감으로 포즈를 취해주던 저 여성이 보여주려다 감춘,

그 흰 피부의 다리와 무릎을 순간적으로 보았던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19세기 '백자무릎연적'(白瓷膝形硯滴)을  떠올리고 있었다.

 

                                                                       大王巖公園 @ 蔚山, 慶南

'백자무릎연적'(白瓷膝形硯滴)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문방사우(文房四友)로 종이, , , 벼루를 들었다.

그러나 먹을 갈 때 물을 조금씩 흘려 쓰도록 고안된 연적(硯滴)은 글이나 그림을 그릴 때 필수품이었다.

그 연적 가운데 많이 보이는 것으로 '무릎연적'(膝形硯滴)이 있다.

 

사실 무릎은 '무릎처럼 못생겼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움과는 관계가 없는 신체부위이다.

그런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로 유명했던 최순우(崔淳雨) 선생께서는

한복을 입은 여자가 무릎을 세우고 앉은 둥근 모습이라고 하여 둥근 연적을 '무릎연적'이라 불렀다.

'무릎'이라는 어휘를 사용한 것이 뼈로 덮혀있는 뚜껑 모양을 따온 것이라면

슬형(膝形)이 아니라 슬개(膝蓋)라고 해야 온전한 기능과 형태에 대한 설명이 된다.

그러므로 최순우 선생께서는 정말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는 고운 여인의 형상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실은 어느 한시(漢詩)에 적혀있듯이 그것은 여성의 젖가슴을 남모르게 형상화한

유교적 선비들의 은밀한 취미를 유교적 가치의 뒷전으로 슬며시 감춘 경우가 많았다.

 

어느 해 선녀가 한쪽 젖가슴을 잃었는데/ 어쩌다 오늘 문방구점에 떨어졌네/

나이 어린 서생들이 서로 다투어 어루만지니/ 부끄러움 참지 못해 눈물만 주룩주룩

(天女何年一乳亡 偶然今日落文房 少年書生爭手撫 不勝羞愧淚滂滂)

 

그러나 멀리 보였던 저 여성의 무릎이 눈에 띄면서 내 뇌리에는 젓가슴이 아니라

'백자무릎연적'만이 떠올랐다. 무릎연적이 무릎이 아니라 젓가슴을 형상화한 경우가 많다는 것은

나중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구조주의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Edward Sapir)가 주장했던 것처럼

"사유가 언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사유를 결정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던 순간...


사진가
박희(朴希)
제목
무릎(膝)에 대한 단상
조회
109
추천
0
날짜
2020.05.11 00: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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